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년에 몇 번... 이라고 하기도 무엇할 정도로 뉴스에선 자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나 성추행 사건이 보도된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딸을 둔 엄마로서, 그리고 내 안의 어린 아이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세상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로부터 내 아이를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째서인지도 모른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진과 유진"은 6살, 유치원에서 바로 그런 일을 당한다. 언제나 자상하고 다정해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원장 선생님에게 그저 이쁨을 받는 줄 알았던 그 일이 왠지 부끄럽고, 불쾌했다. 작은 유진이 엄마가 먼저 눈치 채고 사건은 불거져 원장은 감옥에 가지만... 아이들의 상처는 그것으로 지워지는걸까? 물론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다. 상처를 입은 그 아이들이 덧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 아이들에겐 아무런 죄가 없다고... 말해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

"내가 말해 보았자, '네 잘못이야'라는 대답을 듣게 될 것 같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부터 그랬다. 초등 학교, 아니 더 전인 것 같다. 그때부터 내 편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53p

같은 사건이 있었고, 같은 상처를 입었지만... 작은 유진이와 큰 유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달랐다. 큰 유진이의 부모는 사랑한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준 반면... 작은 유진이의 부모는 모든 걸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그저 기억하지 못하기만을 바랬다. 그리고 그런 일이 알려져서 자신들에게 피해가 갈 것만을 걱정했다. 작은 유진이에겐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다. 

"큰유진이는 뚜렷이 그 일을 기억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엄마는 우는 날 왜 때렸을까? 왜 그렇게 살같이 벗겨지도록 몸을 닦았을까?"...130p
"나는 이미 여섯 살이란 어린 나이에 깨진 그릇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어른들은 깨진 조각들을 모아 불안정하게 형태를 만들어 놓았을 뿐이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체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186p

<<유진과 유진>> 속의 두 아이는 둘이면서 하나이다. 같은 상처를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하나이면서 상처를 치유한 방법이 다른 면에서 둘이다. 하지만 결국 이 둘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해 주면서 작은 유진도, 큰 유진도 자신들의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고 조금씩 치유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195p

상처가 치유된다고 해서 그 다친 기억까지 잊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문득 문득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있다면 그 기억에 또다시 상처받는 일은 없지 않을까? 작은 유진이가 비로소 상처가 덧나 아프고 힘들더라도 자신이 기억하며 아물게 하는 편을 원했던 것처럼. 

때론 부모도 언제나 아이를 바르게 지켜줄 수 없음을 깨닫곤 한다. 부모 또한 완벽하지 않으며 순간순간 아이를 키우며 내면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아이에게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한다. 그 뒤엔 너를 너무나 사랑하는 부모가 있다는 것 또한 알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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